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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미생활 잔치마당/문학

[현대시] 사평역에서 / 곽재구 시인 (해설과 해석)

by meta-verse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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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곽재구 시인의 시인 "사평역에서"를 포스팅합니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눈 내리는 추운 겨울 시골의 쓸쓸하고 낙후된 간이역 대합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정서에 공감하는 작품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시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해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기차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삶의 희망인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모여있는 쓸쓸한 대합실 모습)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막차의 연착과 눈 내리는 겨울밤 톱밥난로로 추위를 이겨내는 대합실의 쓸쓸한 풍경으로 여기서 눈은 추위를 연상시켜 시련의 이미지이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고단한 삶에 찌들고 병든 모습을 보면서 삶의 무게감과 고통을 통찰하고, 난로가 꺼지지 않게 한 줌의 톱밥을 던져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참고 견디며 침묵 속에 서로 위로하는 마음)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힘겹고 고단한 삶의 모습)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꽃에 위안을 받는 모습)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상처도 모두 눈 속에 덮이듯이 덮인다)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삶이란 인생여정의 기차를 타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의 고달픔을 표현)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그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서민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표현)
 
* 대합실의 사람들과 눈의 이미지가 겹치는데, 여기서 눈은 모든 것을 덮어주는 포용하고 용서하고 감싸 안는다는 것으로 모든 존재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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