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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인 (해설과 해석)

by meta-verse 2025.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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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포스팅합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제강점기에 반드시 광복이 온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저항시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인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魂)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해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조국을 빼앗긴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자연의 섭리에 의해 봄이 오듯 조국의 광복도 반드시 온다는 확신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 도래한 푸른 생명이 넘치는 봄을 예찬하면서 광복이 된 조국을 상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암울한 일제강점기와 대비하고 있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일제강점기 언론의 자유가 박탈당한 상태에서 조국에 대한 그리움에 들판을 나왔는데 답답한 마음에 이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있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봄바람과 종달새로 생동감 있는 우리 땅의 봄 풍경을 묘사하면서 광복을 위해서 계속 전진하라고 )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봄을 맞은 우리땅의 풍요로움을 표현)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봄을 맞은 우리땅의 기쁜 모습을 표현하면서, 다같이 못 가면 혼자라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도랑의 물이 흘러가는 것을 화자의 감정을 이입하여 표현하고 있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일제에 빼앗기기 전에 누렸던 국토를 다시 돌아다니면서 다 보고 싶다는 표현)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비록 일제 강점기 상황이지만 호미를 준다면 자신의 힘으로 국권을 회복하여 풍요로운 국토를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봄을 꿈꾸면서 들판을 나왔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 상황이라 봄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괴리감에 스스로 강가에 나온 아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봄의 들판을 내달려 봄의 내음이 가득 묻었지만 일제강점기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 푸른 봄냄새는 푸른 희망과 푸른 절망이 교차되면서 걸을 수 조차도 없게 된 것을 보니 제정신이 아니라 봄의 신령에 잡혔나 보다고 독백하는 모습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시적 자아의 고통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길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자연의 봄이 오더라도 들을 빼앗겨 버리면 봄도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암울한 시기도 한시적이며, 봄이 오듯 광복도 반드시 온다는 의지의 역설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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