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성부 시인의 시 봄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봄 / 이성부 시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 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가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입을 열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해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 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환하는 계절인 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암울한 시대를 지나 반드시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강한 신념을 보여줌)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기웃거리고 싸움하고 나자빠져 있는 주체는 봄이다)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가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자유와 인권의 신장을 위해 봄이 빨리 와야 한다는 급한 마음)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희망찬 봄이 오기까지 시련과 고난이 있지만 순리에 따라 결국에는 오고야 만다는 확신을 가짐)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봄이 온 것에 대한 반가움, 즉 민주화가 되어 자유를 회복한 것에 대한 감격)
입을 열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봄이 온 것에 대한 기쁨)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온갖 어려움을 겪고 온 봄에 대한 환희)
※ 1970년대 암울한 자유가 억압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지은 시로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시로 보인다. 당시로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결국 봄인 민주화시대는 도래한다는 굳은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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