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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 9월에 관한 시 모음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9월의 시/ 가을 편지/ 9월 맞이/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9월의 약속/ 9월

by meta-verse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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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9월에 관한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시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나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과 시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9월의 시 / 조병화 시인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가을 편지 1 - 이해인 수녀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9월 맞이 / 오보영 시인
 
온갖 수를 
다 부려 봐도
 
밀려오는 
갈 바람결
 
막아서질 못하누나
 
높아지는 
파란 하늘
 
잡아매질 못하누나
 
도도한 
흐름 앞에
 
무릎을 꿇는구나
 
모두의 
기대 맞춰
 
올 것은 오는구나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 이채 시인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
 
내 당신 사랑하기에
이른 봄 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
 
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동가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9월의 약속 / 오광수 시인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손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함들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어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
 
우리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9월의 기도 / 이해인 수녀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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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 안도현 시인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시인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질 날
그리 멀지 않았으리. 
 
지나온 세월이야
더러 회한(悔恨)으로 남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
 
내 생애 나머지는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 
 
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몇몇 남은 잎새들 지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인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9월의 시 / 문병란 시인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이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시인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9월 / 오세영 시인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가을볕 / 박노해 시인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


 
삶과 낙엽 / 이채 시인
 
낙엽이 떨어져 땅위로 뒹굴며 말합니다
삶을 이루었노라고
내가 떠나서 거름이 되어야 
푸른 녹색 정원을 이룰 수 있다고
 
나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 삶이 다할 때
삶을 이루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후세에게
나의 삶이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던진 이 물음은 
내 삶의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9월의 시작 / 김태백 시인
 
참매미 사랑 노랫소리 들려오는
9월 하늘은 높고
오곡백과 익어가는 계절
으악새 꽃향기 덮는 억새밭 사잇길
 
알을 품은 까투리
사랑의 둥지에
새 생명 잉태 소리
9월 하늘 맴돌게 하네
 
밤 알 영글어 가는 가을
노을 산자락 다람쥐 신명 나게
널뛰고 귀뚜라미 우는 개여울
맹꽁이 울음소리 자욱하게
 
온누리 덮는 9월의 시작
가가호호 마을 놀이 패
풍년가 노랫소리 풍성하게
집 울타리 맴돌다가네


 
9월을 맞는 마음 / 박의용 시인
 
9월이 오면
왠지
마음부터 풍요롭고 차분해진다
봄부터 여름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
이젠 차분히 
기다림의 시간으로 가라앉는다
 
봄의 새싹의 설레임과 
여름의 모진 햇볕과 비바람 다 이기고
지난 분주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젠 명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9월이 오면
갖은 곡식들이 영글어 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가을 노래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따뜻한 국화차를 마신다
9월은 근심 없는 계절
이제부터는 풍요로울 준비를 할 때다


 
9월의 그리움 / 김은숙 시인
 
매미소리 낮은 자세로 울며 떠나가는 이별을 고하고
들의 오곡백과가 가을 선선한 향기에 취해
알찬 열매로 영글어가며
 
그대 떠나간 빈자리 사무친 그리움의 수채화로
내 마음 들녘에 붉게 물들어 갑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허무하게 떠나갈 사랑이라는 
부질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채취 흔적 향기를 내 따뜻한 심장으로 
포근하게 감싸 사랑의 온도를 데우면
 
그대와 나의 아름답고 소중했던 사랑의 인연의 끝은
내 심장에 동아줄처럼 더욱더 단단해져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초월하여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답게 빛날 것입니다


 

9월의 노래 / 이채 시인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 잡고 서 있었지
 
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
 
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
 
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가을이 오면 / 김용택 시인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9월이 오면 / 이채 시인
 
한 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람소리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9월이 오면
단풍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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