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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미생활 잔치마당/문학

[시문학] 이육사, 꽃

by meta-verse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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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육사 시인의 시 꽃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꽃 / 이육사 시인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씉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囘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육사시집(陸史詩集) (서울출판사,1946)


※ 맹아리 = 알갱이의 경상도 방언
 

1연 : 동방의 하늘도 다 끝나도 빨갛게 꽃이 핀다는 것은 암울한 상황이지만 열망이 더 강렬하다는 것이다. 목숨을 꾸며 쉬임없다는 뜻은 목숨을 새끼줄 꼬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짜내어 쉼 없이 일제에 항거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2연 : 북쪽 쓴드라(툰드라)는 암울하지만 그 눈 속에서도 꽃 맹아리는 희망을 갖고 끈질기게 버티고 저항하면서 제비가 오는 봄날을 기다린다. 즉, 조국의 광복이 반드시 오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3연 :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결국 꽃이 피어나듯 광복이 도래하여 가슴 벅찬 환희를 누리면서 조국에서 만날 동포들을 부르는 모습이다.(광복전인 1944년 1월 16일  옥사했기에 앞날을 미리 예상하고 쓴 것이다)
 
 이육사의 시 은 타국인 북경 감옥에서 옥사하기 전에 쓴 유서 같은 시로, 나약한 꽃이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를 가지고 꽃을 피우겠다는 시인의 다짐을 보여주고 있다. 시에서 꽃은 자신의 붉은 피를 자양분으로 하여 핀 바로 자신을 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육사(1904~1944, 경북 안동)
1904년 5월 18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서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다. 1925년에 의열단에 가입하였고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으로 1927년 처음 투옥되었다. 한편 문단 등단시기는 조선일보에 <말>을 발표한 1930년이며, 언론인으로 중국을 오가며 항일운동을 계속하면서도 시인부락·자오선 동인으로 작품도 발표하였다. 40년의 짧은 생애 중 무려 17번이나 감옥생활을 한 이육사는 1943년 귀국했다가 일제에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되고 다음 해인 1944년 41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이육사의 시는 30여 편 정도 되지만 살아생전 시집을 출간하지는 못하고 순국 후, 당대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둘째 동생 이원조가 형인 이육사의 시를 모아 1946년 유고시집인 육사시집을 출간하였다. 대표적인 시로는 <청포도>, <절정>, <꽃>, <광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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