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팝나무와 관련한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참고로, 이팝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하네요.
이팝나무는 꽃의 생김새가 횐쌀밥(이밥)과 비슷하다 하여 이밥나무→이팝나무로 변했다고 하며, 우리 조상들은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드문드문 필 때는 가뭄의 피해가 있으며 꽃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온다라고 믿었다.
이팝나무 / 백승운 시인
가지마다 주렁주렁
살찐 주꾸미
꽉 찬 하얀 알집 들어내고
알알이 걸려 있는데
보릿고개
배고픔의 자식 걱정하는
어머님의 빈 속 위장에서
꼭꼭 찔러오는 허기짐의 가시로
하나하나 발라내면
꽃잎 하얗게 일어서
솜사탕처럼 활짝 피어
고봉으로 가득가득
배 불리 밥 먹으라고 한다.

이팝나무 꽃 / 정한아 시인
잠든 크루소 씨의 눈꺼풀 밖으로 비어져 나온
이팝나무 꽃잎들을
시궁쥐가 먹어치우고 있다
나비야, 너에게 이름을 준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와서 좀 보렴
그는 이팝나무 꽃잎들로 고치를 짓고 있구나
그 고치가 그의 안전가옥이구나
아름다움으로는 허기가 사라지지 않는 구나

이팝꽃 / 신구자 시인
서말지 무쇠솥 넘치도록
너실너실 잘 퍼진
저 이밥
찌들은 가난에
배 곯은 영혼들 위해
뭉실뭉실 한김을
피워 올리고 있는

이팝나무
옥주/김화숙 시인
하얀 봄눈이
가지에 탐스럽게 눈꽃을 피웠습니다
이른 아침
눈 꽃길 걷노라니
가슴 아린 기억
코끝이 찡해옵니다
유년 시절
여섯 남매 키우시며
식구들 끼니 다 챙기시고
냉수 한 그릇에 배부르다 하셨던 어머니
하얀 이팝꽃
이밥 같다 하시며 얼마나 서러웠을까
이제는
배곯는 일은 없건만
어머니
그 먼 길을 떠났습니다
하얀 이밥 수북이 담아놓고
어머니 마중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꿈에라도 한번
다녀가시지요

이팝나무 꽃밥 / 공광규 시인
청계천이 밤새 별 이는 소리를 내더니
이팝나무 가지에 흰쌀 한 가마쯤 안쳐놓았어요
아침 햇살부터 저녁 햇살까지 며칠을 맛있게 끓여놓았으니
새와 별과 구름과 밥상에 둘러앉아
이팝나무 꽃밥을 나누어 먹으며 밥정이 들고 싶은 분
오월 이팝나무 꽃그늘 공양간으로 오세요
저 수북한 꽃밥을 혼자 먹을 수는 없지요
연락처는 이팔팔에 이팔이팔

오월의 아침 / 나태주 시인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 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5월 어느 날 / 목필균 시인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5월의 다짐 / 정연복 시인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빛 우울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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