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미꽃에 관한 주옥같은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5월의 장미 / 이해인 수녀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5월의 넝쿨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담장넘어 피는
아름답고 수줍은 넝쿨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 돋아난다고
5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수녀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물 환희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오월의 장미 / 김덕성 시인
햇살을 받으며
사랑의 붉은 빛으로
화려함을 마음껏 들어내는 장미
포근한 여왕의 품속
사람들의 마음을 독차지하는
사랑으로 가득하고
새색시인양 곱게 단장한
꽃 중에 꽃
누가 계절의 여왕이라 하였던가
붉은색 향연이 열리고
희망을 심으며
성숙하게 피워 놓은 오월의 꽃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사랑
빛나라 여왕이시여

장미사랑 / 김덕성 시인
사랑이라는 황홀한 언어
가슴에 둔 장미
실바람에 꽃잎이 살포시 떨리고
매혹하는 향기
불꽃같은 빨간 색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색과 향이 겸비한
아름답고 화려한 그 자태
누구와 비길까
흰나비 사뿐히 꽃잎에 앉아
유혹하듯 더 붉어지니
흰나비 떠날 줄을 모르고
사랑과 삶의 조화이룬
변함없는 사랑 6월의 꽃 장미어라

장미의 열반 / 정연복 시인
한철 통째로
불덩이로 생명 활활 태우며
한밤중에도 치솟는
송이송이 불면의 뜨거운 불꽃이더니
이제 지는 장미는 살그머니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다
불타는 사랑은
미치도록 아름다워도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나 아름다움은 없음을 알리는
자신의 소임 하나
말없이 다하였으니
그 찬란한 불꽃의 목숨
미련 없이 거두어들이며
이제 고요히
열반에 들려는 듯

장미꽃 앞에서 / 정연복 시인
장미꽃 앞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지 말자
장미야 장미야
다정히 이름 불러보자
꽃은 귀가 없어도
마음으로 알아듣고서
더욱 예뻐 보이는
얼굴로 부름에 답하리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시인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 송이 사 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넝쿨장미 / 임재화 시인
신록은 싱그럽게 빛나고
가로수 은행나무 잎사귀도
푸른 맵시 자랑하면
오월의 붉은 넝쿨장미가
듬성듬성 피어나는 담장에
장미꽃 송이 웃음 웃고
한적한 시골 마을 뒷동산
하얀 아카시아 꽃향기가
고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한 송이 장미꽃 / 임종호 시인
장미꽃 한 송이
뜰 위에 피었네
그 집 그 뜰은
초라한데
장미꽃 곱게도 피어 있네
아침에는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뜨거운 양지쪽 한낮에도
장미꽃 누군가 기다리며
말없이 그 뜰을 지켜섰네
장미꽃 한 송이 피어 있네
가난한 그 뜰에 피어 있네

장미 / 김동리 시인
화병에 심어진 나의 장미는
비 오는 밤 창턱에서
어둠을 타고 피어난다
오직 저 검은 비 소리만이
나의 장미의
그윽한 향기를 돋구어 준다
여름 한철 숲속에 핀 꽃들은
차라리 고독한 사람의 사상
비 속에 흠뻑 젖고자 한다
젖은 꽃잎 첩첩히 땅에 쌓아
쌓은 향기, 가을의 붉은
열매 속에 익어 돌아오나니
장미여
창턱에서 시들다 차라리 비에 젖은
나의 경련하는 입술을 어둠에 입맞추라
오오, 어둠을 흔드는 너의 입김
스미라 이 가슴에, 고독할수록
오만한 나의 열매를 익혀 다오
비여 주룩주룩 어둠 속을 나리며
나의 장미의
싸늘하고 창백한 이마를 적셔 다오

장미와 더불어 / 신경림 시인
땅속에서 풀려난 요정들이
물오른 덩굴을 타고
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다람쥐처럼 까맣게 올라가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고는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뜨면 아
저 황홀한 땅 위의 아름다움
너희들 더 올라가지 않고
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려
꽃이 된들 누가 탓하랴
땅 속의 말 하늘 높은 데까지
전하지 못한들 누가 나무라랴
발을 구르며 안달을 하던 별들
새벽이면 한달음에 내려오고
맑은 이슬 속에 스스로를 사위는
긴 입맞춤이 있을 터인데

노오란 장미 / 홍정희 시인
도도하게 콧대가 높아
우아하게 피어
뭇 여인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노오란 향기에 취해
하루해를 꼬박 지새고
그리도 그리워
어루만지네
장미빛 노오란 꽃을
노오란 노을빛 사랑 가슴 깊이 새긴 채
노오란 장미 한 송이 잠든 내 가슴 위로 고이고이 잠드네.

장미꽃 / 윤보영 시인
장미꽃 꺾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그대 생각에도 가시가 있다면
아름다운 상처가 생기겠지요
장미 / 박인혜 시인
빨간 장미의 꽃말은
정열적 사랑이다
정열적인 사랑을 위해
가시가 필요했다
마음을 찔러
사랑을 내품기 위해
가시가 필요했다

오월 장미 / 류인순 시인
담장 휘감은 무성한 덩굴
초록 잎사귀로 가시 감추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꽃등 밝힌 줄장미 붉은 입술
황홀한 자태로 뭇 사람 유혹하네
오월 화려한 꽃 잔치에
정분 난 벌 나비 한쌍
나붓나붓 몸짓으로
겹겹 꽃잎 속에 숨은 수줍던
첫사랑 붉은 연정 툭툭 건드려
다시금 일렁이듯
마음 뜨락에 설렘의 꽃 피우네
솔솔바람 불어 좋은 날
살랑살랑 춤사위로
겉잠 자는 유월 어깨 흔들어
달콤한 사랑 꿈꾸는
아!
꽃 멀미나는 아찔한 향기여.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A Red, Red Rose) / 로버트 번즈(Robert Burns)
오, 내 사랑은 빨갛게 활짝 피어난
유월의 장미꽃
내 사랑은 고운 노랫소리
멜로디 따라 흐르는 노랫소리예요
그대 진실로 아름다워
이토록 애타게 사랑해요
바닷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내 사랑은 한결같아요
바닷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바위가 햇볕에 스러질 때까지
내 살아있는 날까지
내 사랑은 한결같아요
안녕, 내 사랑이여
우리 잠시 헤어져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도
난 다시 돌아올 거예요

장미꽃 / 성백군 시인
나보고
곱다고 말하지 말라
속 보인다
내 가시에 찔려
네가 피를 본 후
그래도 좋으면
그때는
꺾어도 된다

붉은 장미 / 임영준 시인
뜨거운 그 입술에
흠뻑 데일 것 같습니다
도도한 미소지만
나만의 기쁨입니다
버거워도 앙칼져도
고이 품고만 싶습니다

장미 / 노천명 시인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꺾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같은 맘에
나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버리련다
하늘보며 나무모양 우뚝 서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버리련다

내 가슴에 장미를 / 노천명 시인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두견!
내 가슴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로즈데이(5월 14일) / 윤보영 시인
장미꽃을 선물 받고 싶으세요?
그러면 지금 받으세요
받으려면 먼저
보고 싶은 사람 생각을 모아
한 잎 한 잎 꽃잎을 달고
장미꽃을 만드세요
주고 싶은 마음으로
곱게 포장을 해서
담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세요
꽃을 받은 그 사람이
장밋빛 미소를 짓다가
장미가 될 테니까요
어때요
장미꽃 받으셨죠?

오월의 장미 / 천겸 시인
오월엔 네가 온다
나풀거리는 치마
춤추는 끝자락에
묽게 물 곱게 물들이며 네가 온다
타오르는 너의 정열은
취하듯 세상을 휘청이게 하고
누구라도 그리운 사람으로 남겨 둔다
하고픈 말 끝내 다하지 못하고
붉은 입술 하롱하롱 꽃잎 되어
노을 지는 어느 하늘에
빛이라고 더할 수 있음이
너의 행복인가 보다
오늘도 네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오월의 세상을 적셔 놓는다

장미의 유혹 / 강희정 시인
태양 아래 붉은 정열
가녀린 꽃잎
그 끝이 아픔일지라도
두 팔 벌려 그대를 안고 싶다
꽃잎 하나하나
사랑의 눈물
가시 어루만져 고르며 그대를 안고 싶다
설령 그 향에 취해 내가 죽을지라도
오, 뜨거운 불꽃
내 심장이 타버릴지라도

푸른 장미 / 양광모 시인
이천 년 동안 신이 허락하지 않은 색
끝내 인간의 힘으로 피어났으니
내게 붉은 이별을 말하지 말라
나 푸른 사랑만을 이야기하려네
그대 나의 푸른 장미여
너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라 말한다

장미의 감사기도 / 정연복 시인
눈부시게 예쁜 얼굴
또 그윽한 향기
제게 주신 걸
정말 감사해요
사람들이 나를
갖게 하심도 감사해요
하지만 나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가슴속에
사랑의 불꽃이 일게 하심
더욱 감사해요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시인
죽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장미꽃이라 해도
가시를 모두 떼어내고
꽃만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것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건넬 때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잘 감싸서 주어야 한다는 것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바치는
장미꽃이라 해도
언제가는 그 꽃과 향기
시들기 마련이라는 것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건넬 때는
그 꽃과 향기 사라지기 전에
흠뻑 사랑에 취해야 한다는 것쯤
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장미꽃이라 해도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반씩 섞어야 한다는 것쯤
그러므로 그 사랑
뜨거운 열정만이 아니라
순백의 순결로도
함께 불타오르기를
소망해야 한다는 것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건네받을 때는
오직 한 가지, 그 뺨
장미꽃보다 붉어져야 한다는 것쯤

그대의 나이만큼 붉은 장미를 바칩니다 / 용혜원 시인
생일 축하합니다
그대의 나이만큼
붉은 장미를 바칩니다
그대의 삶이
오늘 밝히는 축하 케익의 불꽃처럼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
그대의 삶이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대의 꿈들이
모두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그대를 위하여
축하의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주님이
그대를 인도하시고
사랑하시기를 원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오늘 그대의 밝은 모습에
언제나 행복의 꽃들로
언제나 사랑의 열매로
가득, 가득하기를 원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대의 나이만큼
붉은 장미를 바칩니다

장미빛 인생 / 기형도 시인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 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 다니는 저 표정
삐꺽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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