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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 도종환 시 모음 (접시꽃 당신/ 담쟁이/ 다시 오는 봄/ 흔들리며 피는 꽃/ 어떤 연인들/ 쓸쓸한 세상/ 앉은뱅이 민들레 등)

by meta-verse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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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포스팅합니다.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시인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담쟁이 / 도종환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시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개나리꽃 / 도종환 시인
 
산속에서 제일 먼저 노랗게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나
뒤뜰에서 맨 먼저 피어 노랗게 봄을 전하는
산수유나무 앞에 서 있으면
며칠 전부터 기다리던 손님을 마주한 것 같다
 
잎에서 나는 싸아한 생강 냄새에
상처받은 뼈마디가 가뿐해질 것 같고
햇볕 잘 들고 물 잘 빠지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산수유나무를 보면 그날은 
근심도 불편함도 뒷전으로 밀어두게 된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개나리꽃에 마음이 더 간다
그늘진 곳과 햇볕 드는 곳을 가리지 않고 
본래 살던 곳과 옮겨 심은 곳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 때문이다
 
깊은 산속이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라
산동네든 공장 울타리든 먼지 많은 도심이든 
구분하지 않고 바람과 티끌 속에서
그곳을 환하게 바꾸며 피기 때문이다
 
검은 물이 흐르는 하천 둑에서도 피고
소음과 아우성 소리에도 귀 막지 않고 피고
세속의 눅눅한 땅이나 메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피기 때문이다


개울 / 도종환 시인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 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리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없이 흐른다면


좋은 나무 / 도종환 시인
 
가지마다 굵은 열매를 매달아
주인이 흡족해하는 게
자랑인 나무가 있다
 
이른 봄부터
희고 수려한 꽃을 피우는 게
생의 기쁨인 나무도 있다
 
그런 나무들 사이에서
좋은 나무가 되는 일이 먼저라고 믿는 
나무가 있다
 
작고 조촐한 꽃밖에 못 피웠지만
울퉁불퉁 못생긴 열매만을 키웠지만
향기 짙은 열매를 키웠다는 
뿌듯함 하나로 사는 나무가 있다
 
잘난 나무는 아니지만
늘 좋은 나무가 되려고 애쓰는 나무
좋은 나무가 되는 일이 먼저라고 믿는 
나무가 있다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시인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는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 꼭 살아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깃털 하나 / 도종환 시인
 
출근길 차창에 흰 조각들이 날아와 부딪친다
 
눈발인가 종잇조각인가 생각하는 사이에
 
빠르게 창 옆을 스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그러다 만난 대형 트럭 몇 대
 
칸칸이 쭈그리고 앉은 닭들의 빼곡한 눈동자를 본다
 
멀어져 가는 흐린 하늘과 숲의 나무들 위로 날려보내는 
 
이 지상에서 지녔던 육신의 짧은 흔적
 
그것마저 빗줄기와 바람에 날려 자취 없어진 뒤에
 
남아 있을까 말까 한 영혼의 마지막 깃털 하나씩 
 
허공에 날려보내며 무심히 옮겨가는 목숨들을 본다
 
한번 제대로 날아보지 못한 채
 
황망히 돌아가는 무수한 비상의 꿈들을 본다


흐린 날 / 도종환 시인
 
날이 흐리다
 
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 
 
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
 
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
 
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
 
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 
 
가루수 잘린 팔뚝마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연둣빛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극단을 극단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여전히 푸르게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다


밤바람 / 도종환 시인
 
큰 비 지나고
구름 사이로 젖지 않은 별 몇 개
 
밤바람 몰아치는 험한 세상에 
별 같은 네가 있어 보잘것없는 내가 산다
 
꽃 같은 네가 있어 외로운 내가 산다


고요한 물 / 도종환 시인
 
고요한 물이라야 고요한 얼굴이 비추인다
 
흐르는 물에는 흐르는 모습만이 보인다
 
굽이치는 물줄기에는 굽이치는 마음이 나타난다
 
당신도 가끔은 고요한 얼굴을 만나는가
 
고요한 물 앞에 멈추어 가끔은 깊어지는가


꽃잎 인연 / 도종환 시인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을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주는 오는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 도종환 시인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빗발이 멈추면 나도 멈출까
 
몰라 이 세상이 멀어서 아직은 몰라
 
아픔이 다하면 나도 다할까
 
눈물이 마르면 나도 마를까
 
석삼년 생각해도 아직은 몰라
 
닫은 마음 풀리면 나도 풀릴까
 
젖은 구름 풀리면 나도 풀릴까
 
몰라 남은 날이 많아서 아직은 몰라
 
하늘 가는 길이 멀어 아직은 몰라


너와 나 / 도종환 시인
 
너는 나를 버리고 바다로 가고
나는 너를 안고 산으로 간다
 
나는 너로 인해 늘 출렁거렸지만
너는 나로 인해 산그늘 짙었다
 
나는 출렁거리는 물살을 
너는 무거운 그늘을 안고 괴로워했다
 
너는 그늘을 벗어나 해 뜨는곳으로 가고
나는 바다를 안고 저녁 숲으로 간다


당신 앞에 서면 / 도종환 시인
 
당신 앞에 서면 쓸쓸해집니다
당신이 나를 가득 채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내 안에 가득한 때에도 
역시 쓸쓸합니다
 
당신을 두 손으로 꼬옥 안고 있다가
가만히 바라보면
내가 안고 있는 당신은
풀 꽃 한다발입니다
 
당신이 내게 그늘을 지어주시어
그 안에 누워 있다가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은 밀려가는 한줄기 구름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내게 더욱 흥건히 내려
내 몸이 젖을 대로 젖어 있다가
다시 바라보면
당신은 쓸쓸히 돌아가는 빈 하늘입니다


쓸쓸한 세상 / 도종환 시인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어떤 연인들 / 도종환 시인
 
동량역까지 오는 동안 굴은 길었다
 
남자는 하나 남은 자리에 여자를 앉히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꼬느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남자는 어깨를 기울여 그것들을 읽고 있었다
 
스물 여섯 일곱쯤 되었을까
 
남자의 뽀얀 의수가 느리게 흔들리고
 
손가락 몇 개가 달아나고 없는 다른 손등으로 
 
불꽃 자국 별처럼 깔린 얼굴 위
 
안경테를 추스르고 있었다
 
뭉그러진 남자의 가운데 손가락에 오래도록 꽂히는
 
낯선 내 시선을 끊으며
 
여자의 고운 손이 남자의 손을 말없이 감싸 덮었다
 
굴을 벗어나 차창 밖으로 풀리는 강물이 소리치며 쫓아오고
 
열차는 목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가락 두 개
 
여자는 남자의 허리에 머리를 기대어 있었고
 
남자의 푸른 심줄이 강물처럼 살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앉은뱅이 민들레 / 도종환 시인
 
나 죽은 뒤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을 벗었거든
내 무덤가에 와서 놀아라
새떼처럼 하얗게 아이들 데리고 와 
웃으며 손뼉 치며 놀아라
 
나 죽은 뒤
아직도 이 나리 이 땅이
식민의 너울로 그늘져 흐리거든
내 무덤가에는 오지 말아라
돌아가 피 흘리며 싸워라
 
난 죽은 뒤
아무 곳에나 잘 자라는 앉은뱅이 민들레로 돋아
타는 마음으로 이 땅을 지켜보다
꽃 다하면 풀씨로 산천 떠돌며 보리라
 
너희와 너희 아이들이 진달래처럼
환하게 살고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보리라


들길 / 도종환 시인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세월 / 도종환 시인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고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시인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처럼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옥수수밭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시인
 
견우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갈고 씨뿌리고 땀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당신의 무덤가에 / 도종환 시인
 
당신의 무덤가에 패랭이꽃 두고 오면
당신은 구름으로 시루봉 넘어 날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앞에 소지 한장 올리고 오면
당신은 초저녁별을 들고 내 뒤를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가에 노래 한 줄 남기고 오면
당신은 풀벌레 울음으로 문간까지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위에 눈물 한 올 던지고 오면
당신은 빗줄기 되어 속살에 젖어오네


[시인 도종환]
 
1955년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 '몸은 비록 떠나지만' 등 다수 있으며, 민족예술상 및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문학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편 충북 덕산중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제19대와 20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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