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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by meta-verse 202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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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해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화자가 그대를 사랑하고 있음)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그대를 계속 생각하는 화자)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
(그대를 향한 사랑이 변함없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늘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자연 현상에 비유해 반어적으로 표현)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그대가 정신적으로 방황하거나 괴로울 때 오랫동안 그대를 향한 나의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사소함으로 불러보겠다는 반어법 표현)

 
(위 1연의 시는 슬픈 내용인데 제목은 즐거운 편지인 것처럼, 반어법적 표현을 사용해 그대를 생각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반복을 통하여 화자의 진정성과 간절함을 표현)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사랑의 정의가 기다림으로 바뀌는 것으로, 내가 진실로 사랑하기에 사랑의 끝을 기다림으로 바꾸어 승화시킴)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그대를 영원히 기다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묘사)
내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눈이 언젠가는 그치듯이 화자의 사랑도 끝나겠지만, 기다림으로 승화되어 계절의 순환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표현이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내 사랑이 그칠 때라도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면 기다린다는 표현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자연현상의 반복처럼 계절에 빗대어 나는 그대를 영원히 변함없는 사랑을 하면서 기다릴 것이라는 표현으로 영원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위 제2연에서는 화자가 본질적인 사랑의 영속성을 믿기보다는, 사랑이란 내리는 눈과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사랑이 기다림으로 바뀌어 승화시키면서 변함없이 사랑을 영원히 이어갈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내용이다)

 
※ 위 시는 1961년에 발간된 황동규 시인의 첫 시집인 "어떤 개인 날"에 수록되어 있는데, 18세 때 연상의 여대생을 사모하면서 쓴 시라고 한다. 시는 총 2연으로 서정·산문시 형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기다림을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는 안타까움을 서정적인 표현으로 형상화한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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