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해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화자인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항상 그대를 생각하고 있는 화자)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반어법으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즉 나의 사랑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간절한지를 표현하고 있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그대는 아직 나의 사랑을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사소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갑자기 힘들어지면 그대가 평소 무시하면서 사소하게 생각했던 나의 변함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사랑이 그대를 일으키는 위안과 힘이 될 것이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화자의 진정성 있는 사랑을 표현)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화자는 사랑을 소유와 영원함이 아닌 더 큰 의미의 무한한 기다림으로 승화하고, 현재의 감정을 그대에게서 충족하기보다는 인내하면서 많은 시간을 변함없이 기다린다는 표현이다. 이런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기다림 자체가 사랑의 본질이 되면서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마음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아름다운 사랑이 된다는 표현이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그대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을 수도 있고, 나 또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랑이 오면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대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은 끝나는 순간에도 기다림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초월적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즉 고통스러운 시간과 상황 속에서도 나의 사랑은 기다림으로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대를 향한 사랑이 잠시 그칠 때라도 다시 내 기다림은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계절이 바뀌고 바뀌어도 그대를 향한 사랑의 기다림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흔들림 없는 고요하고 강력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 작품 속에 흐르는 일관된 흐름은 사랑의 영원성과 불변성으로 사랑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은 비록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사랑하는 그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런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이기에 즐거운 편지라고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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