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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춘설(春雪) / 정지용 시인 (해설 및 해석)

by meta-verse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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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지용 시인의 춘설(春雪)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춘설(春雪) / 정지용 시인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긔롭어라.
 
옹송그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 우수절 :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로, 봄비로 물기운이 가득한 때라는 뜻이다. 양력으로 2월 18일 (2025년 기준)
* 멧부리 :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 이마받이 : 이마로 부딪힘 또는 두 물체가 몹시 가깝게 맞붙음.
* 옹송그리고 :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움츠려 작게 하고. 
* 핫옷 :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춘설(春雪) / 정지용 시인 해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봄 날씨라 생각하고 아침에 문을 열었으나, 멀리 보이는 산 위에 춘설이 쌓인 것을 보니 내 이마도 다 차가워진다는 뜻으로 날씨가 의외로 차갑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츰, 
(입춘과 경칩사이에 있는 절기로 눈과 얼음이 녹는다는 초봄인 우수를 맞이하여 갑자기 찾아온 봄기운에 놀라면서 반가워하는 모습)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이른 봄이 찾아왔지만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산봉우리의 서늘한 기운이 이마에 닿을 듯하다는 뜻이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긔롭어라.
(얼음도 녹고 봄바람도 불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으니, 흩날리는 옷고름의 모양이 봄향기가 피어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추워서 움츠리며 지냈던 겨울이 꿈같을 정도로 서러웠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미나리라는 봄철 나물로 봄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입을 오물거리는 물고기를 통해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겨울이라는 계절이 끝나는 마당에 뒤늦은 춘설이 내리지만, 겨울 옷을 벗어던지고 다시 춥겠다는 화자의 마음은 곧 다가올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 정지용 (1902.05.15.~1950.09.25.)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으며, 휘문고보와 일본 동지사대학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194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절제된 어조와 이미지즘으로 한국 현대시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0년에 박용철, 김영랑, 이하윤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을 발간하고, 1933년에는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김기림, 이효석, 이종명, 김유영, 유치진, 조용만, 이태준, 이무영 등과 함께 9인회를 구성하여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1935년에는 첫 시집인 <정지용 시집>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어 사망했다가 알려져 있다. 한편 주요 저서로는 정지용시집, 백록담, 문학독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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