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수영 시인의 풀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풀 / 김수영 시인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 / 김수영 시인 해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이 시에서 풀은 연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민초인 백성을 뜻한다. 민초들은 민중을 억압하는 세력에 의해 일단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암울하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고난을 겪는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풀이 또 눕는다는 것은 독재권력에 의한 시련과 고통이 반복되고 있으며, 억압받는 민초들은 또다시 본능적으로 바람이 지나갈때 까지 빠르게 굴복하고 복종한다. 겉으로는 굴종하는 듯이 보이지만 저항 에너지를 축적하여 이런 시련이 반복되어도 짓밟아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풀처럼 민초들도 독재권력에 맞서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다. 즉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바람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다시 일어나 억압하는 권력에 저항하는 민초의 강인한 생명력과 저항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암울한 현실이 반복되면서 독재권력의 압제에 대한 일시적으로 수동적인 굴종을 하지만, 생명력이 끈질긴 풀처럼 눕고(억압) 울고(고통) 일어나고(저항)를 반복하는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저항하여 웃기(희망)를 기대하는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시의 끝부분에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고 표현한 것은 여전히 독재권력 치하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만, 전체 맥락으로 보면 이러한 숨쉬기도 힘든 압제도 역사적으로 보면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이고, 민심을 떠난 배는 민심이라는 성난 파도에 의해 뒤집힌 것이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사실이기에 압제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저항정신으로 나아간다는 함의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인의 풀은 보잘것없는 연약 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민초인 백성을 풀에 비교하여 풀을 중심 소재로 하였는데, 그 풀의 움직임을 눕고 울고 일어나고 웃고를 자연현상에 따라 관찰하면서 공감하고 연대의식까지 느끼면서 단순한 서정시가 아닌 생명력과 저항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이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 김수영(1921.11.27.~1968.6.16) 시인
1921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나 선린상고와 연희전문학교 영문과를 중퇴하고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들어섰고,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김수영이 지식인의 사회참여라는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것은 4.19혁명 이후의 일이다. 그전에는 모더니스트로서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했으나 4.19혁명 이후에는 시대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의식을 나타내며 나약한 지식인인 자신에 대한 비판, 민중의 끈기와 강인함에 대한 기대 등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폭포,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사령( 死靈), 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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