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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미생활 잔치마당/문학

[시문학] 10월 시 모음

by meta-verse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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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옥같은 10월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시인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것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시월의 시 / 류시화 시인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르지도 않게 되리라


 
10월의 엽서 / 이해인 수녀·시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주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10월 아침에 / 윤보영 시인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을 테고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나처럼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10월을 맞이하고
10월의 주인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10월
지금부터 내 10월을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습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낙엽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도 마시면서 
내 안에 찾아온 10월을
즐기면서 보내겠습니다
 
생각 한 번 바꾸었는데
쓸쓸한 표정 짓던 10월이 
꽃다발 같은 미소로 다가섭니다
 
"그래, 10월!"
우리 한 번 잘해보자!"
꽃밭 같은 마음 내밀고 
10월을 맞이합니다. 
사랑합니다.


 
10월의 시 / 김사랑 시인
 
살다 보니 10월이고
길가에 코스모스 피고 바람에 흔들릴 때면
소녀처럼 웃고픈 10월이다
 
꽃을 따서 하늘에 날리고
그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아직도 그리는 이내 사랑은 
고추잠자리 알아줄까?
 
중연의 달은 뜨고
기러기 울어가는 밤이면
내 사랑에 단풍이 들고
내 인생에도 10월이야
 
내 인생에 억새꽃 피면 
흐르는 무정한 세월 속에
잊지 못한 추에이야


 
10월의 노래 / 정연복 시인 
 
어쩌면 하늘 
저리도 맑고 푸를까 
 
잠시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단풍 물들어 가는 잎들
 
오래 뜸들여온 
생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춤추는 들길을 걸으며
 
행복하다 아름다운 계절에 
나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10월의 편지 / 목필균 시인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 / 오세영 시인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마라
 
마지막 이별이란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10월의 시 / 목필균 시인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 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가
 
희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가을 하늘 / 목필균 시인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시월(十月) / 황동규 시인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이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리.
 
4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丹靑) 밖으로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이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물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하는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안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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