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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미생활 잔치마당/문학

[현대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시인

by meta-verse 202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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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황인숙 시인의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포스팅합니다.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시인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글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 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 하 하 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푸드득 푸드득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둔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핧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해설]
이 시는 자유를 갈망하는 화자의 마음을 고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으로, 현실 어느 것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와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화자의 삶의 방향과 목표를 담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양이의 시간적 흐름에 따른 활동적인 모습에서 고독과 성찰하면서 변화하는 화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바람은 스산해지겠지"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로워지는 모습을 담고 있고, "밝은 들판을 내딛는 꿈을"에서 시련이 있더라도 이루지 못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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