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과서에 수록된 <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가는 길>(김소월)/ <그 복숭아 나무곁으로>(나희덕) 세 작품을 포스팅합니다.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시인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 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 도망간 콩이 얄미우면서도 쥐한테 먹힐 운명을 생각하니 샘통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라는 생각입니다.
※ 김용택(1948~ )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출생하여 순창 농림고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섬진강>, <꽃산 가는 길>, <그리운 꽃 편지>, <맑은날>, <강 같은 세월>, <섬진강을 따라가 보라> 등을 저술하였다.
가는 길 / 김소월 시인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전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뒤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시적 화자가 떠나면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을 나타낸 시이다.
※ 본명이 김정식(金廷湜)인 시인 김소월(1902~1934)은 평안북도 구성시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며, 대표작으로는 <진달래꽃>, <초혼>,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 <먼 후일> 등이 있다.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희덕 시인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이 작품은 화자가 섬세하고 다양한 타인이나 대상을 복숭아나무를 통해 표현한 시로서, 타인 또는 대상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타인도 수천의 빛깔처럼 다양한 감정과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숭아나무가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늘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늘 속에 들어가 복숭아나무의 내면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서로 조화롭게 이해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타인이나 대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선입견 내지는 편견을 없애는데 필요한 시간이 지나야 하며, 그래야 타인이나 그 대상에 대한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시로 현대인이 자주 겪는 소통의 단절과 오해문제를 문학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시라는 생각이다.
※ 나희덕(1966~ )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자연과 대상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과 성찰적인 시선을 가진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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