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 오는 날에 관한 주옥같은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비 / 윤보영 시인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오는 날의 풍경 / 정연복 시인
비 오는 날
거리에는 꽃이 핀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걸어 다니는 예쁜 꽃들
송이송이 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스산한 날씨에도
꽃들이 피어
걸어 다니는 꽃들이 피어
세상 풍경이 아름답다
쓸쓸하지 않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 / 이채 시인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메마른 가슴에
그리움이 돋아나 안달을 한다
죽을 줄 알았던 추억도
비에 젖어 파릇이 싹이 튼다
하늘과 바다의 거리가 없이
어두운 하늘에서 흙비가 내리면
저 멀리 지평성의 거리도 무너져 내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추억으로 너를 만나고 싶다
낮과 밤의 경계가 없이
검은 하늘에서 흙비가 쏟아져 내리면
사랑과 이별의 경계도 무너져 내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리움으로 너를 부르고 싶다

초여름 비 / 박인걸 시인
이틀째 비가 내린다.
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학동(學童)의 마을을 서성인다.
짝꿍이던 고운 피부의 소녀가
파란 우산을 들고 내 곁에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받쳐주던 추억이 그립다.
너무나 먼 세월의 강을 건넜다.
그 강물은 몇 번을 윤회하여 바다로 갔고
지금도 강물은 계속 차오른다.
떠밀리어 온 삶은 참 멀리도 왔고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귀하다.
기대한 만큼 갖지 못했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들을 불러오며
초여름 비는 여전히 내린다.
아직 들춰내지 못한 모든 기억들을
오늘은 몽땅 파헤치려나보다.
그 소녀도 지금 나처럼 익었겠지
생가보다 매우 그립다.

초여름 비는 오는데 / 은영숙 시인
밤이 새도록 바람비 내리고
메말랐던 대지에 목 축이는 축제로다
초록의 담쟁이 살랑대는 바람에 날개 털고
덩굴장미 붉게 띤 얼굴 임 그려
꽃잎마다 설움인양 방울방울
눈물 맺힌 물방울 세례
담장 밑 노란 애기똥풀꽃 흔들흔들
산마루 안개 덮인 초록숲
하늘인가 경계인가 아리송
인적 없는 한낮의 풍경 새들도 둥지 속 낮잠
창밖의 베란다 난간에 빗방울 풍선
뭉개 뭉개 피어오르는 산안개
화폭으로 그려지는 산수화
어렴풋이 기억 속 그리운 내 고향
산그림자 오롯이 밥 짓는 연기처럼
하늘로 팔 벌리는 운무
눈 비비고 나는 길 잃은 철새
느티나무 가루수에 앉아 순례의 길 떠날
꿈의 내일을 위해 쉼을 갖는 한 마리 철새야!

빗소리 / 강원석 시인
파르스름한 하늘에
솜이불처럼 깔려 있는
회색빛 구름 조각
그 사이로
촉촉한 비가 내리면
빼꼼히 열려 있는 창틈으로
무심한 듯 엿듣다가
한 줄기 두 줄기
작은 나의 방으로
그 소리 불러들인다
후드득후드득 커지다가
토도독토도독 작아지는
보고픈 사람 마음 담아
다정히 나를 감싸는
빗소리
빗소리
빗소리
아, 그 소리에 꽃이 핀다

비 / 천양희 시인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군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군가에게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빗방울 하나가 / 강은교 시인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 용혜원 시인
내 마음을 통째로
그리움에 빠뜨려 버리는
궂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고 부딪치니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
그리움마저 애잔하게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나만 홀로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모든 것들이 젖고 있는데
내 마음의 샛길은 메말라 젖어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면
내가 그대를 무척 사랑하는가 봅니다.
우리 함께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대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비 그치고 / 류시화 시인
비 그치고
나는 당신 앞에 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 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비가 오면 / 이상희 시인
비가 오면
온몸을 흔드는 나무가 있고
아, 아, 소리치는 나무가 있고
이파리마다
빗방울이 퉁기는 나무가 있고
다른 나무가 퉁긴 빗방울에
비로소 젖는 나무가 있고
비가 오면
매처럼 맞는 나무가 있고
죄를 씻는 나무가 있고
그저 우산으로 가리고 마는
사람이 있고...
비 내리는데 / 김덕성 시인
비는 내리는데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헤어지던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는데
이제는 빗물이 그리움이 되어
가슴속으로 스미며
애절한 듯 젖어 들어오는
애틋한 사랑
내 젖은 가슴에는
그대 생각으로 가득하게 메어져
애달픈 그리운 순간들로
스며들어오는데
깊어 가는 초여름 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비는 사랑만 뿌리네
사랑의 여름비 / 김덕성 시인
지나가는 비처럼
부슬부슬 내리는 나약한 비지만
초여름 날 촉촉하게 적시며
생명 비처럼 내린다
초록빛 물감을 뿌린 듯
나뭇가지 너무 좋아 환성을 지르고
산야가 산뜻한 생동감 주니
이 아름다움은 무엇에 비길꼬
꽃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예쁘게 적시며 생명의 약진을 보이고
비 한 방울로 사랑의 열매를 맺으며
축복처럼 사랑이 내린다
메마른 영혼 촉촉하게 적시며
사랑 비는 고즈넉하게 내리는데 마침
그녀의 사랑의 노래가 들려오는
6월 희망의 아침이어라
비, 그리움 / 용혜원 시인
하루 종일 가는 비 오는 날!
그리운 마음이 떠내려가는지
보고픈 마음이 쏟아지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생각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사랑의 목마름 달래줄
그런 빗줄기 있다면
도덕의 옷 벗어던지고
바른생활 아저씨의 삶도 집어던지고
알몸으로 뛰어들어
속에 것 모두 끄집어내어
빗물에 띄어 보내고 싶다.
가슴속에 풀어내지 못한
사랑을 듬뿍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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