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비에 관한 시 모음을 포스팅합니다.
봄비 / 박목월 시인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지붕 아래서
온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 삼십 리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와서
젖은 담 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으랴
슬픈 꿈처럼
봄비 / 이해인 시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댤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비 / 이수복 시인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가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서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시인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봄비 / 홍수희 시인
사랑 때문에
울고 싶은 날이다
사랑 때문에
젖은 유리창이 되고
싶은 날이다
추억상자를 조심스레
열기만 열면
스프링처럼 간단히
튀어 오를 것 같은
너의 웃음소리
오간 데 없이
꽃은 피는데 자꾸
피는데 지치도록
그리운 얼굴 때문에
하루 왼종일
빗물에 젖어 울어보고
싶은 날이다, 봄비
봄비가 내립니다 / 김하인 시인
봄비가 내립니다
이렇게 비 오면 우산 펴 들듯 내 키와 몸집에 맞은 사랑 펴들 수 있길 바랍니다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슬픔과 아픔에 마음 젖고 가슴 적셔지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보고픔 펴들고 당신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당신을 작은 하늘 삼아 세상 속을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부디 내 그리움 나팔꽃처럼 활짝 펴 들고 가는 길 끝에 당신 마중 나와주시겠지요?
봄비가 내립니다 / 김지순 시인
상큼한 미소로 다가와
유혹하던 그대 있었습니다
서늘한 바람처럼
한없이 흔들어 놓은 그대 있었습니다
파란 잎 뾰족하게 내밀며
제가 봄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대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좋아하고
잿빛 하늘을 좋아하고
신선한 바람을 좋아하는
그대가 아닌 내가 오늘은 있습니다
흐린 하늘 너무도 예쁜데
가슴은 텅 빈 벌판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에 비가 내리는 걸 아는 걸까요
지금 봄비가 내리고 있네요
봄비 / 장인성 시인
네가 오는구나
손에 든 초록 보따리
그게 전부 가난이라 해도
반길 수 밖에 없는
허기진 새벽
누이야
네 들고 온 가난을 풀어 보아라
무슨 풀씨이든
이 나라 들판에 뿌려 놓으면
빈 곳이야 넉넉히 가리지 않겠느냐
그렇게 속삭이다가 / 이성복 시인
저 빗물 따라 흘러가 봤으면
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
그렇게 속삭이다가,시멘트
보도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
보도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
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
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가 봤으면
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
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블록에서
낮은 신음 소리 새어나올 때까지
봄비 / 황동규 시인
조그만 소리들이 자란다
누군가 계기를 한금 올리자
머뭇머뭇 대던 는개 속이 환해진다
나의 무엇이 따뜻한지
땅이 속삭일 때다
봄비 그친 뒤 / 남호섭 시인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 안개다
산 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봄은 알고 있니 / 정연옥 시인
겨우내 잠자던 깊은 땅속
작은 씨앗의 꿈틀거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봄은 알고 있니?
따스한 햇볕을
용트림으로 기다려야 했다
긴긴 추위와 배앓이를
생각해 본 적 있니?
차가운 겨울 동안 눈 맞으며
스치는 바람 외면해 가며
시린 가지 끌어안고
작은 나무의 인내를 기억하니?
세찬 바람이 꺾어 놓은
마른 가지 저 끝에
이제여 물기 오르고 있는 거
환한 하늘에 미소로 답하는 거
봄은 알고 있니?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 목필균 시인
그대가 보낸 편지로
겨우내 마른 가슴이 젖어든다
봉긋이 피어오르기전 꽃눈 속에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것을 보여주리라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겨울 일기장 덮으며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등 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심장이다 / 현영길 시인
잠자는 영혼 뿌리 단비 주고
연인 우산속 사랑 꽃피고
멈춰 울고 있는 강물 희석 주고
하늘 사랑 빗줄기 되어 흐르는
그대 심장이다.
봄비 내리는 오후 / 이승복 시인
막 깨어나는 새싹 곁에
봄비가 내리는 오후
생각의 껍질을 벗어
눈감아 침몰하는 나
내게서 사랑은 조용히
먼발치서 흔드는 몸짓
외줄 타는 철 지난 낙엽
애달파했던 허기짐에
몰래 귀동냥하는 사랑
후조의 숨바꼭질 사랑
붉게 그대의 향기가
신기루 되어 보이는
가슴차고 앉은 빈자리
그림자로 따라 붙는
고운님이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봄비 내리는 오후
봄비 내리는 저녁 / 안중환 시인
차가운 눈물
방울져 흐르는
유리창을 넘어
멀리서
아주 멀리서부터
낮게 깔리어
느릿느릿 걸어 들어오는
저 지친 기적소리
흐느끼며 떠나는
그대의 마지막
긴 한숨 소리
밤에 오신 봄비 / 오광수 시인
창밖에서 들려오는
꿈결같은 이 소리는
자박자박 마당 밟는
그리운 님 발 소린데
반가워 너무 반가워
날으듯 문을 여니
별님 달님 숨긴 밤이
내 님도 숨겨놓고
먼 길 걸어온 봄비만
마루에 앉아 쉬고 있네
봄비 / 정찬열 시인
촉촉한 봄비
대지를 적신다.
일깨우려는 새 생명에
갈증 든 나뭇가지 적시어 흔드는 비
보리밭 들녘의 봄을 훔쳐 깨운다.
깨어나려고
일찍 뜬눈을 부지런히 떤다
칼칼한 목 줄기 허기진 새벽
보리밭도 누런 잎을 탈탈 털고 일어선다.
한눈팔던
잡초들도 덩달아 일어나려고 기를 쓴다.
얼굴에 둘러쓴 먼지 털어내려고
기지개를 켜면서 눈망울 크게 뜬다.
세월이 배달한 나뭇가지에
새잎을 틔우는 실눈을 뜨고는
늦잠 든 바람에 실려 오는 봄비
산과 들을 헤매며 부활을 엮는다.
봄비 / 이재무 시인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봄비 / 용혜원 시인
봄비가 내리면
온통 그 비를 맞으며 걷고 싶다
겨우 내 움츠렸던 세상을
활짝 기지개 펴게 하는 봄비
봄비가 내리면
세상 풍경이 달라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내마음에도
흠뻑 봄비를 맞고 싶다
내 마음속 간절한 소망을
꽃으로 피워내고 싶다
봄비 / 변영로 시인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아려 -ㅁ 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ㅡ
이제는 젖빛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나!
아, 안올 사람 기두르는 나의 마음!
봄비 / 김소월 시인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 고정희 시인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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