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관한 시를 포스팅합니다.
아침 / 윤동주 시인
휙, 휙, 휙, 쇠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 캄, 어둠이 깊다 깊다 밝으오
이제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 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땀물을 뿌려 이미 여름을 길렀소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또 하오.
아침 / 정현종 시인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아침 / 천상병 시인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 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아침 / 강은교 시인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이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을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오늘 아침에 / 이봉직 시인
오늘 아침 골목에서
제일 처음 눈 맞춘 게 꽃이었으니
내 마음은 지금 꽃이 되어 있겠다
오늘 아침 처음 들은 게
새가 불러 주는 노랫소리였으니
내 마음은 지금 새가 되어 있겠다
그리고 숲길을 걸어 나오며
나뭇가지 흔들리는 걸 보았으니
내 마음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있겠다
가지마다 예쁜 꽃이 피고
새가 날아와 앉아 노래 부르는
그런 나무가 되어 있겠다
아침 / 복효근 시인
새벽비가 늙은 감나무 잎사귀 하나하나를
다 씻어놓으니
감나무는 잎사귀, 잎사귀 제 귀마다에
햇살에 말갛게 헹군 첫 꾀꼬리 소리를
가득
한가득 쟁여 넣는지
잎사귀 그 둥근 귓바퀴에
무슨 보석 귀걸이인 듯 이슬방울이 찰랑찰랑하다.
이제 늙은 감나무는 열예닐곱 청춘처럼
어디 뵈지도 않는 꾀꼬리 소리와 머언 먼 태양에게도
푸른 손을 흔들어 뵈는데
저들의 수작에 어쩌자구 나는 끌어들여서
늙은 감나무 잎사귀를 다 채우고도 그대로 남은
저 햇빛 범벅 푸른 우주의 음률을 내 두 귀 가득 채우는가
내 뇌혈관 맑은 실핏줄까지 아릿하고 또 말갛게 틔어오는데
그 바람에
여보, 뭐해 찌개가 졸아서 다 타잖아
어쩌고저쩌고
이른 아침 듣는 아내의 저청구도 꾀꼬리 소리만 같았다
참 좋은 아침 / 윤보영 시인
그대 그리움이 날 깨운
참 좋은 아침입니다
그대 생각이
내 하루를 마중 나온
참 좋은 아침입니다
그대 미소 한 자락이
햇살처럼 내 안을 밝히는
참 좋은 아침입니다
생각만 해도 이렇게 좋은데
내 얼굴에 미소가 이는데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행복한 시간들이 채워지겠지요
나 보다 그대가
더 행복하길 바라면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아침!
그대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시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에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도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월요일 아침 / 박노해 시인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우울하다
찌뿌둥한 몸뚱이 무거웁고
축축한 내 영혼 몹시 아프다
산다는 것이 허망해지는 날
일터와 거리와 이 거대한 도시가
낯선 두려움으로 덮쳐 누르는 날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병을 앓는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로 나를 일으키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엄중함
나는 무거운 몸을 어기적거리며
한 컵의 냉수를 빈속에 흘러 보낸다
푸르름 녹슬어가도록 아직 맛보지 못한
상쾌한 아침, 생기 찬 의욕, 울먹이면서
우울한 월요일 아침 나는 또다시
생존 행진곡에 몸을 던져 넣는다
아침 / 신혜림 시인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햇살에게 / 정호승 시인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아침 / 원태연 시인
당신의 아침에
엷은 햇살과 부드러운 차 한잔이 있네
커튼 사이로 스민 엷은 햇살이
테이블 위 당신의 흔적을 스치고
그 빛을 받은 식탁 앞엔
부드러운 차 한잔과 당신의 숨결이 있네
당신의 아침엔
당신의 손길을 받은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는 내가 있네
오늘 아침엔
유난히 당신의 아침이 잘 그려져
나의 아침도 이렇게 웃고 있네
"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을 허락해 주신 당신께
내가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나는 아침에 깨끗하고 똑똑해진다.
그래서 아침엔 당신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아침이 즐거운 이유 / 하영순 시인
아침 햇살
밤새 내린 이슬을 간지를 때
이슬은 또르르 연잎에 구릅니다
내 사랑 눈빛
몸으로 받으며
하늘은 푸르르 날개를 폅니다
사랑이 있어
오늘이 즐겁고
사랑을 줄 수 있어 아침이 즐겁습니다
우유 빛 해맑은 웃음
그 웃음이
닫힌 문을 열어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주고도
주고도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샘물 같은 내 사랑
아침이 즐거운 이유
그녀 때문입니다
이 아침의 행복을 그대에게 / 이채 시인
별들이 놀다간 창가
싱그런 아침의 향기를 마시면
밤새 애태우던 꽃 꿈
한송이 하이얀 백합으로 피어나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
햇살 머무는 나뭇가지
고운 새 한 마리
말을 걸어와요
행복이란
몸부림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만큼 누리고
누리는 만큼 나누는 것이라고
새록새록 잠자던 풀잎들도 깨어나
방긋 웃으며 속삭이는 말
사랑이란
덜어주는 만큼 채워지는 기쁨이야
꽃이 되기 위해 조금 아파도 좋아
눈부신 햇살, 반짝이는 이슬방울아!
내게도 예쁜 꿈하나 있지
그대 내 마음에 하늘 열면
나 그대 두 눈에 구름 머물까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아침의 향기 / 이해인 수녀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은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겨울아침 / 김달진 시인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우는 아침
어여삐 전해 오는 기별에
환히 밝아오는 겨울 빛
먼 산간 마을에는
반가운 사람을 맞이하러
남빛 연기가 길 따라 피어오르고
겨울나무 가지에 쌓인
함박눈이 한 움큼 떨어져 내릴 때
환한 빛 속으로 날아가는
까치 한 마리
적요한 겨울을 흔들던
꽁지가 나무 가지 우듬지에 새하얗다
좋은아침 / 나태주 시인
내가 세상한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눈물이 날 것이다
내가 세상한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더욱 눈물이 날 것이다
아침에 문득 받은 전화 한 통
핸드폰 문자 메시지 한 구절이
우리에게 좋은 세상을 약속한다
나는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렇게 말해보자
아침에 일어나 / 나태주 시인
세상의 평가가 어떻든
바깥세상의 결정이 어떻든
스스로 혼자서 안으로 행복하고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너의 결정
참으로 대담하고 훌륭해
바로 그거야
네가 드디어 찾아낸 너의 삶의 방법을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해
끝까지 응원할 거야
수정처럼 맑고도 아름다운 너의 영혼이
혼자서 외롭지만 당당하게
멀리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하여 끝내 네가 바라는 성공을
만나는 순간을 보고 싶어
너는 참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내가 너를 사랑하기를 잘했구나 싶어
네가 오늘도 아름답게 씩씩하게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해
참으로 믿음직하고 고마워
너는 나의 사랑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도 땅도 너를
사랑해 줄 것이고
나무나 풀들, 바람이나 새들까지도
너를 응원하고 사랑해 줄 거야
너를 만나기만 하면 강물이나 바다까지도
너를 안아주고 사랑해 줄 거야
자, 오늘은 새날, 그리고 너는 새사람
너의 오늘 하루 오늘의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을 축복하며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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