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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미생활 잔치마당/문학

[시문학] (첫)눈에 관한 시(첫눈 오던 날 등)

by meta-verse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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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과 관련된 멋진 시들을 포스팅합니다


첫눈 오던 날 / 용혜원 시인
 
첫눈 오던 날 새벽에 
가장 먼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그대에게 처음 사랑이고 싶습니다
 
삶의 모든 날들이 
그대와 살아가며
사랑을 나눌 날들이 기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늘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하여 
두 손을 모읍니다
 
그대를 축복하여 주시기를 
늘 아쉬운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그대에게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시인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첫눈 / 서정윤 시인
 
보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먼저 눈발이 날린다
 
낙엽 모이던 금호강변 어디
지금쯤 그대는 
내 속에 앉는다
 
키 큰 미루나무 빈가지에
올해 깬 까치가
맨발로 달려오는 소식들
내 마음 
먼저 반갑다
 
그리운 마음 그 어디서
눈발 날려 부른다


폭설 / 복효근 시인
 
그 희고 눈부신 것을 온통 이마에 받쳐 들고
측백나무 하나 부러질 듯
벌서고 있는 
어린 

 
대책도 미련도 없는 
이 그리움의 적설량


폭설 이후 / 복효근 시인
 
첫눈인데도 폭설로 내려서
내 사는 이곳의 안부를 묻는 문자가 왔다
 
마을 앞산과 뒷산에 더러 설해목이 생겼을 뿐
아무 일 없노라고 답 문자를 보냈다
 
눈이 녹은 오늘 오후 마을길을 걷다가
내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닫는다
 
우듬지가 부러진 저 아름드리 소나무들에게는 
한목숨 오가는 일이었을 터
 
솔잎 하나만 떨어져도 산빛이 줄어들*터인데
산천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섣부른 내 답 문자를 뒤늦게 수정한다
이번 폭설에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
 
* 두보의 <曲江>에서 `一片花飛減却春`을 변형


눈이 온다 / 신경림 시인
 
그리운 것이 다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 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 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받은 맹세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이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눈 오는 밤의 이별 / 오광수 시인
 
우리!
이 밤 슬픈 이별의 길을 걷자
초가지붕 가득히 겨울을 싣고
너의 옷자락을 매만지며
눈물을 
가득 익혀 떨구어 보자
 
눈송이 하나에 추억 하나 쌓여지고
가로등의 불빛도 지쳐가는데
날이 밝으면 모두가 지난 일이 
되고
너의 일기장엔
내 이름마저도 지워질 텐데......
 
우리!
이 밤, 너와의 걷는 이 밤이
하늘에서 가득히 
흰 눈이 내려
깨끗한 추억으로
내 가슴에 묻히기를 원하는구나
 
벌써 뿌옇게 새벽이 일어나고
쌓이는 눈따라 아쉬움만 
더하는데
너를 싣고 갈 기차는 하얀 숨을 고르고
밤새 걸었던 길에는 
우리가 걸어왔던 흔적마저 지워 버린다
 
이제는 
 
서로의 미래를 위해 헤어질 시간
눈 속에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는 
너의 눈에서, 내 가슴에서
이렇게 눈이 되어 녹아내린다.


함박눈 / 안재동 시인
 
슬픔이 눈처럼 쌓인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노여움이 눈처럼 쌓인다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눈처럼 쌓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대를 향한 내 그리움만이다
 
함박눈 내리는 오늘
생각나는 단 한 사람, 그대
 
함박눈처럼 한없이 쌓이는 
내 그리움을 
봉숭아 씨앗주머니 터뜨리듯
톡톡 지르밟으며
바지런히 오시오소서


첫눈 / 이정하 시인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 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시인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으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첫눈 / 정호승 시인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첫눈 / 나태주 시인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젯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 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첫눈 / 이해인 수녀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사진 출처 : 단톡방 별님


첫눈 엽서 / 이해인 수녀
 
골고루 가볍게 조심조심
내리는 눈
 
고요하고 순결한 첫눈의 기침소리에
온 세상이 놀라네
 
첫 마음 첫 셜레 잃지 말고 살라고
오늘은 사랑처럼 첫눈이 내리네
 
욕심을 버린 가벼움으로
행복해지라고 자유로워지라고
 
오늘의 기도처럼

사진 출처 : 단톡방 별님


첫눈 / 김남주 시인
 
첫눈이 내리는 날은 
빈 들에 
첫눈이 내리는 날은 
 
캄캄한 밤도 하얘지고 
밤길을 걷는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
 
눈처럼 하얘지고
소리 없이 내려 금세
고봉으로 쌓인 눈앞에서
 
눈의 순결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시리도록 내 뼛속이 
소름이 끼치도록 내 등골이

사진 출처 : 단톡방 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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