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11.07.)도 지나고 소설(11.22.)도 지났는데
기대한 눈은 오지 않고
비가 내리기에 겨울비에 관한 시를 포스팅합니다.
겨울비 / 이성구 시인
빗방울 주르르 베란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방울방울 맺혀
가을비도 아닌 겨울 답지 않게
연일 추적추적 내린다
비바람으로 거리엔
낙엽 쌓인 융단길
거친 바람과 함께 추위가 몰려온다
냉기를 태운 비바람이 싱긋이 웃으며
한 걸음씩 달려온다
겨울비가 내 마음에 고독처럼 스며든다
손끝에는 시린 바람이 불어
찬바람이 시린 가슴속을 헤집어 놓고
냉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세월은 흐를수록 아쉬움이 크지만
속절없는 세월 속에
더욱더 겨울을 재촉한다
겨울비 내리던 날 / 용혜원 시인
우산 속에서 우리는
때아닌 겨울비로
정겹다
어둠이 내린
겨울밤에 쏟아지는 비는
검은색이다
한없이 걷고만 싶었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비 내리는 겨울밤
그대만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 분홍빛이다
그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의 사랑도 내리는 겨울비에
촉촉이 젖어든다
겨울비 / 이채 시인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창을 열고
빈 가지 적시는 아픔이 되면
외로운 가로등마저 비에 젖어
거리의 이방인처럼 서있습니다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슴에 떠다니던
눈물도 흩어지고
비거리에
그대와 내가 흩어집니다
그대 떠나던 날
겨울비가 아프게 내렸습니다
오늘처럼
그대 겨울비로 내리면 / 이채 시인
너무 오래된 그리움이
또다시 남은 낙엽마저
저녁으로 저물어 가네
낙엽만큼 말라 가고
저녁만큼 저물어 가는
너무 오래된 가슴으로
그대 겨울비로 내리면
차가운 가슴 깊숙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너무 오래된
내 외로움도 젖어가네
그대 뒤로 무수히 쌓여 간
눈물의 무게가
하도 무거워
그대 겨울비로 내리면
그리움에 눈물짓고
외로움에 가슴 떨던
너무 오래된 내 사랑도
차가운 빗물로 하염없이 젖어가네
초겨울 비 / 박인걸 시인
가을이 떠난 자리에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
눌어붙은 앙금과
너절한 추억도 지운다
떠날 때는 깨끗이
한 점 미련도 두지 말고
새 세상을 꿈꾸려면
마침표를 찍어야 하리
뼛속까지 씻어내리는
차디찬 빗줄기는
헝클어진 감정도 추슬러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지난날은 모두 잊어야지
그리고 맞이해야 하리
혹한의 시련이 덤벼들어도
온몸으로 이겨 내면서
겨울비 / 박인걸 시인
가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몇몇 잎 새가
겨울비를 맞으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려 살아온 시간들
무너지기 싫어
끝까지 견디었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삶의 한계를 느끼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운명의 시간 앞에서
고독과 외로움의
애처로운 몸부림에도
차가운 겨울비는
긍휼이라곤 없었다
끈질긴 빗줄기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초라한 잎 새가
마냥 가엽기만 하다
겨울비 / 이외수 시인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겨울비 / 강남주 시인
차가운 벽을 두드리며
스스로 무너지는 화살 끝에서
사계가 흐느낀다
젖은 낙엽이
움츠러진 추억으로
까마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만나지 못할 미련으로
광막한 공간을 금 긋고 있다
겨울비 / 송태열 시인
창밖에 빗소리
님의 인기척인 듯
창문을 열어보니
한 겨울에 웬 비
눈은 왜 비로 변했을까
그리움이 변하여
미움이 되고
가슴속에 미움은
무지개 되어
님의 미소 한가득
그대 없는 텅 빈 가슴에
찬기 서린 외로움
사무친 그리움 한 줌
쓸쓸함마저 다가온다
겨울비 / 천애경 시인
음악처럼 들리는 빗소리가 좋다
가슴을 쓸어내리듯
소리 없이 내리는 겨울비가 좋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잔잔한 음악으로 찾아오는
그리움이 좋다
생각하는 찰나에도
설렘을 새기는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빗줄기를 타고 내리는 사랑의 풍금 소리가 좋다
한적한 오솔길 빗소리가
사랑을 싣고 가슴으로 내리는 그리움이 좋다
마음을 달래는
겨울비가 한 사람의 사랑을 담는다
겨울비 / 신경희 시인
어젯밤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 내내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였지만
끝내 소식 없이
가을 낙엽과 함께 보내고
겨울비가 내리는 새벽에서야
꿈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엽서 한 장 보내고 싶은 마음에는
낙엽이 가득히 쌓이고
침묵 속에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가만히 두 손을 모았습니다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인연의 끝이 아니기에
늦은 가을편지를
겨울비에 실어서 보내드립니다
거름이 되기 위해 몸을 흔들어 떨어지는
낙엽의 섭리를 알아가 듯이
때로는 가장 소중하면서도
끝내 소유할 수 없음도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된다는 것을
쌓여가는 낙엽 위로
별빛이 내려앉듯이
오늘은 겨울비가 차곡히 쌓입니다.
겨울 밤비 / 박인걸 시인
까마득한 허공은
비의 고향이 아니다
그리움이 있는 곳을 향해
일제히 몸을 던진다
한 치 앞이 가늠되지 않지만
겪어본 기억을 되살려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도
과감히 모험을 택한다
겨울 하늘은 차갑고
곤두박질은 아찔하나
그리음을 찾아가려면
자신을 던져야 한다
존재는 여지없이 흔들리고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밤새 목 놓아 울며
목숨을 운명에 신탁한다
여전히 밤은 깊고
바람은 사나우나
비가 걷는 발자국 소리가
몽롱한 귓전을 스친다
겨울비 / 오보영 시인
꼭 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꼭 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신 곁으로 다가갈 수만 있다면
비 내리길 기다리는 당신에게는
비가 되어 당신 가슴 적시우리다
눈이 오길 기다리는 당신에게는
눈이 되어 당신 맘에 뿌려주리다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 양광모 시인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낯선 이름의 여자를 만나
낯선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내가 먼저 말해야 하리
바람은 허공에 몸을 누이지 않아요
꽃은 허공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요
새는 허공에 둥지를 짓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네
별은 허공에 별의 무리를 지어요
꽃은 허공에 꽃의 무리를 지어요
새는 허공에 새의 무리를 지어요
그러니 우리의 사랑도
허공에서부터 무리 지어야 해요
겨울비 내리는 저녁에는
낯선 이름의 여자를 만나
낯선 허공에 사랑무리 가득
지어보고 싶네
겨울비 / 윤보영 시인
비가 내립니다
한겨울에
눈 대신 비가 내립니다
눈이 내리면
그대가 보고 싶을 텐데
비가 내리니
그리움까지 많아지는군요
한겨울 비가 내립니다
여름밤 그때처럼
그대가 더 그립게 내립니다
겨울비 / 도종환 시인
아침부터 겨울비가 내리고 바람 스산한 날이었다.
술자리에 안경을 놓고 가셨던 선생님이
안경을 찾으러 나오셨다가
생태찌개 잘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선생님은 색 바랜 연두색 양산을 들고 계셨고
내 우산은 손잡이가 녹슬어 잘 펴지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낡고 녹슨 게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셨다
툭하면 끌려가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땐 이렇게 찢기고 갈라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가장 큰 목소릴 내던 이가
제일 먼저 배신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철창 안에서도 두려움만 있는 게 아니라
담요에 엉긴 핏자국보다 끈끈한 어떤 게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겁이 많은 선생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보다 중도가 좋다고 하시면서
안경을 안 쓰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시면서
낮부터 `처음처럼`만 두병 세병 비우셨다
왼쪽에서 보면 가운데 있는 이를
오른쪽에서 보고는 왼쪽에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월이
다시 오고 추적추적 겨울비는 내리는데
선생님 옛날이야기를 머리만 남은 생태도
우리도 입을 벌리고 웃으며 듣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은 없는데
주말에는 눈까지 내려 온 나라 얼어붙는다 하는데
봄비 닮은 겨울비 / 고현영 시인
비가 온다
겨울비가 온다
겨울비가 봄비처럼
사부작 온다
내 가슴에 모호하니
알 듯 모를 듯한 그리움
연초록 새싹들처럼
고개를 내민다
비가 온다
봄비 닮은
겨울비가 사부작 스민다
겨울비 / 이재환 시인
주룩주룩
비 오는 소리
날 찾아온 손님
마중하러 창문을 연다
옷도 안 입은 나무가
차가운 비를 흠뻑 맞았네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안타깝다
겨울나무야
추운 겨울 잘 이겨내고
꽃 피는 새봄에
이쁜 모습으로 만나자
겨울비 / 용혜원 시인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아우성으로 내리는
여름날의 소낙비와 다르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는 이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겨울비는 지금
봄이 오는 길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긴 겨울이 떠나고
짧은 봄이 오더라도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그대 내 마음에
또다시 그리움을 풀어놓을 것입니다.
'4. 취미생활 잔치마당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문학] 멋진 시 모음 (담쟁이,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등) (2) | 2024.11.27 |
---|---|
[시문학] 아침에 관한 시 모음 (2) | 2024.11.25 |
[시문학] (첫)눈에 관한 시(첫눈 오던 날 등) (1) | 2024.11.22 |
[시문학] 겨울에 관한 시 모음 (0) | 2024.11.22 |
[시문학] 나태주 시인의 시 모음 (1) | 2024.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