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에 관한 시를 포스팅합니다.
가는 겨울, 오는 봄 / 오정방 시인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다
봄의 시작은 겨울의 끝이다
때로는 겨울 속의 봄,
봄 속의 겨울로 동거하기도 한다
꽃이 피는데 눈이 내리고
눈이 쏟아지건만 꽃망울은 터진다
꽃이 핀다고 내리던 눈이 돌아가겠느냐
주춤할지언정 피던 꽃은 계속 피어난다

봄이여 오라 / 박명숙 시인
봄이여 오라
연분홍 빛 사연을 싣고
꽃길에 향기 가득 뿌리며
설레는 가슴마다 핑크빛
사랑으로 오라
아장아장 걸어오는 아기처럼
해맑은 봄빛으로 오라
파릇파릇 돋아나는 숨결로
우리가 꽃이 되는 세상으로
봄이여,
아름다운 날들이여
그대 그리고 나의 계절이여
온 세상 밝은 색으로 물들이며
마음의 창에 꽃 마음으로 오라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오라
그리움은 가슴마다 겹겹이 피어나
너도 피고 나도 피는
봄이여 오라
서로의 꽃으로 피어나라

봄 편지 / 이해인 시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이 왔다기에 / 윤보영 시인
봄이 왔다기에
문 열고 나갔다가
그대 생각만 더 하고 왔습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데
더 그리워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대 생각이 봄이고
그대 모습이 꽃이었습니다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했습니다

봄 길 / 정호승 시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 그리움 / 오보영 시인
너 비록 지금은 조금
멀리에 가있지만
잠시도 난 널
곁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단다
지난 세월 내가
너에게서 받은 기쁨이
얼마나 큰데
너로 인해 얻은 행복이
얼마나 깊은데..
어느 한 순간도 난 널
머리에서 지운 적이 없단다
단지
함께 하지 못하니 이전처럼
그다지 포근하지를 못해거 그렇지
난 널
늘 가슴에 품어 안고
곧 다가올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단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아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겻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봄의 사람 / 나태주 시인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다 좋아
내가 숨 쉬는 네가 좋아

Grandma Moses (1860~1961)작품
봄 / 용혜원 시인
겨우내 눈보라 몰아쳐도
바람이 불어와도
잠잠하기만 하던 빈 들판에
새 생명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초록이 물들고 있다
겨우내 기다려 온 봄이
일순간에 온 들판에 퍼지고 있다
봄이 오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포근한 햇살이 퍼지는
봄 하늘 아래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벌써부터 꽃향기가 내 가슴에 가득해진다

봄 그리움 / 조한직 시인
봄의 찬란함에
어쩔 줄 몰라
변해버린 내 마음
일렁이는 날개를 단다.
그리움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 어어하나
빈 가슴은 꽃을 찾는
꽃 벌이 되고
꽃밭의 한마리 화사한 나비 되어
날개를 펄럭인다.

봄이 오는 소리 / 남낙현 시인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어떠한 힘으로도 막지 못한다.
작은 새싹 하나
우주를 뚫고
세상 구경을 나오려고 기지개를 켠다.
벌써 양지바른 언덕에
뾰족 나온 푸른 싹들
새 생명의 탄생 알린다.

봄이 오는 길 / 임숙현 시인
따사로운 햇살에
시련을 견디며
피워내는 꽃망울
고통스러웠기에
느낌으로 만나는
사랑하는 마음에
이슬처럼 맑은
사랑의 속삭임
그리움 품고
기쁨이고저
세월의 다리를 건너
한마을 닿으려 하니
마음에서 오는 생각
기쁨으로 이어져
사랑으로 아름다울 수 있기에
초록빛 싹 틔우는 가슴
마음 적셔오는 따뜻함에
조용히 미소 집니다
봄이 왔습니다 / 노정혜 시인
봄입니다
춘 3월 봄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얼음 녹여 왔습니다
앞동산 뒷동산에 꽃 피는 봄
생명소리 들립니다
산과 들은 파란 옷 입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동산에서 노래하는 봄
농부는 콧노래 부르며 씨앗을 심습니다
꽁꽁 언 땅도 녹였습니다
참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우리 힘을 내요 힘을 내셔요
콧노래 들리는 봄
온 세상 활기로 채웠습니다
봄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봄 / 서정주 시인
복사꽃 피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병도 없으면서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실개천엔 봄이 오고 / 강봉환 시인
바짝 메말라 버린 강줄기 따라
이름 모를 새들만 휑하니 날아
여기가 강인지 들녘인지 모를
떼 지어 이리저리 날아만 간다.
매섭게 몰아치는 꽃샘추위 속에
흙먼지만 자욱한 비릿한 내음새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들 사이로
화려한 초록빛 계절이 그리운지
아쉬운 듯 가물가물한 물길만
끊어질 듯 끊어져 흘러가고
그래도 실개천에 백로 한 마리
열심히 홀로 자맥질하는구나

봄이 하는 사랑은 / 이채 시인
바람이 따스한
봄에 하는 사랑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푸른 아픔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알록달록 꽃이 피는
봄에 하는 사랑은
붉어도 얇은 단풍 낙엽의
갈색 외로움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햇살이 포근한
봄에 하는 사랑은
찬바람에 부서지는 가슴
슬픈 이별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봄에 하는 사랑은
바람처럼 따스하고
꽃처럼 아름다와
곱고도 포근한 햇살 같은 그대 안에서
영원토록 함께하는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 이채 시인
꽃 피는 봄이 오면
미움과 불신의 계곡에서
화해의 물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반목과 분열의 숲에서
화합의 새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질투와 험담보다
내면의 종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원망과 불만의 표정에서
환한 웃음이 넘치는 기쁨으로
지혜의 강과 포용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나무와 풀처럼
산 내들 수많은 물줄기처럼
하나 되어 흐르는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모난 마음은 둥글게 다듬고
생각의 먼지를 털어내면
어느새 열리는 파아란 하늘
겹겹이 불어오는 향긋한 꽃바람
사람마다 가슴마다
봄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봄 / 조은영 시인
부드러운 햇살
바람도 따스하게
새들의 사랑 노랫소리에
잎눈 팡팡 꽃눈 팡팡
몰래몰래 키득키득
설레는 맘 밤잠 못 이루고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돌담 모퉁이 햇살 가득
봄까치꽃 새초롬 웃는다
꽃다지는 눈웃음 살짝궁 살짝궁
양지꽃은 한들한들 샛노란 웃음 짓고
봄맞이꽃도 덩달아 수줍게 웃는다
엄마 품에 나들이 나온 아가
노랑나비 힘찬 날갯짓에
첫걸음마 아장아장
엄마 얼굴에 함박꽃 피어난다
부드러운 햇살
바람도 따스하게
봄이 웃는다

봄 속으로 가슴 스미다 / 김민지 시인
언 땅이 품었던 새싹들이
봄 마중에 왈칵 뿜어져 나와
여기저기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언 땅 위로 돋아난 새싹에
따사로운 숨결이 느껴진다
초록에 호사로워
내 심장도 콩닥콩닥 두근두근
봄 속으로 가슴 스미다
봄 / 김춘수 시인
어디서 목련 봉오리 터지는 소리
왼종일 그 소리
뜰에 그득하다
아무것도 없어도 뜰은
소리 하나로
고운 봄을 맞이한다
봄 A / 김춘수 시인
강아지 귀밑털에 나비가 앉아 본다
실낱 같은 바람이 활활 감아 들고
히히이 한 울음 모가지를 뽑다 보니
구름은 내려와
산허리에 늘어졌다
타는 아지랑이 그 바닥은
새푸른 잔디밭이 아리아리
꿈속같이 멀어라
봄날 / 이희목 시인
어쩔 수 없이
봄은 다시 와
돌개바람 스쳐간 밭둔덕
하얀 난생이꽃 지천으로 피어나
이런 날엔
내낸 입술이 말라 타
무논의 둑새풀 위로는
종일토록 부연 바람만 불고 있었다.
봄 날 / 이일영 시인
봄은 바삐
세상의 둘레를 열어젖히면서
만물 모두 움추린 어깨를 피고
생명을 숨쉬라고 손 짓한다
소파에 누워 하품하며
느리게 묵은 해 돌아보는데
가슴 풀어 헤친 눈 부신 햇살
들판 가득한 시냇물 소리가
어서 나와 꽃구경하라고
어린 손녀처럼 재잘거린다
오, 생기 넘치는
이 봄날 아침 나는
말할 수없는 기꺼움으로
유리창 활짝 열어젖히고
가득가득 해맑은 봄기운
쓸어 담는다
봄산 / 권달웅 시인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 산에 들어서면
잃어버린 날이 떠오른다.
봄 산에 들어서면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미운 사람의 마음까지
점점 따뜻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산 꿩이 알을 낳는
봄 산에 들어서면
진달래 여린 눈망울에
쓰라렸던 지난 날
눈물이 어린다.
그리운 사람아,
이 분홍빛 바람 속에서는
얼었던 눈도 사랑도
절로 녹을 수밖에 없다.
절로 타오를 수밖에 없다.
봄 내음 / 김정숙 시인
뜨락에 앉은 봄 내음
저만치
가물거리는 땅끝
아지랑이
더딘 걸음 재촉하며
요만큼 왔다고
애교스런 몸짓이란다
실바람에
살랑거리는 날갯짓
수줍은 연둣빛 새순
풀빛에 익은 미소 지으며
겨우내 못다 한
연정의 울타리 그리움
자락마다
사위는 옷고름
땅기운 품은 흙냄새
차디찬 가슴 뜨거운 여정
사랑이 물든다

봄동 / 박희홍 시인
겨우내
추위에 움츠렸던 몸이
다른 몸 깨우기에는
겉절이 무침 일품이라더니
한 잎 펼쳐 지진 부침개 속에
봄이 살아 숨 쉬고
펑퍼짐한 제 몸 사르는
아삭아삭 고소한 맛
나른한 봄날의 밥도둑
식욕을 돋우어주네

나의 봄 / 조재완 시인
나는 눈이 녹았다고 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나는 꽃이 피었다고 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나는 잎이 푸르다고 봄이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나는 네가 활짝 웃는 그날을
봄이라고 말하고 싶어
봄은 참 더디다
봄날 그리움 / 이남일 시인
얼음의 강이 풀리고
잊었던 꽃향기에 눈물이 난다면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오월 청보리 밭 긴 뻐꾸기 소리에
해질녘 전화를 기다린다면
아직도 나의 마음은 그대 것입니다
도심의 예쁜 미소보다
그대의 마음이 더 아름다울 때
그대는 늘 내 곁에 있었지요
눈부시 햇살 하얀 드레스와
땅끝 바다 푸른 파도 소리에
그대는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이었습니다
봄날 하루
불쑥 떠오르는 그대 생각만으로
그리움은 나의 기쁨입니다
꿈길마다 못 견딜 그대 목소리라면
별빛 떨어지는 슬픔의 강을 건너기까지
그대는 나의 운명보다 긴 그리움입니다
봄의 만찬 / 김하인 시인
흰 접시마다
햇살과 강에서 잘라온 맑은 물,
철쭉 꽃송이와 클로버잎과 강아지풀들,
숲을 지나온 바람 한 줄기를 잡아
가득 차려놓은 식탁에서
그대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먹고
우리가 다시 어른에서 아이로 클 수 있다면
순수와 맑음의 살과 뼈 다시 길러낼 수만 있기를.
사랑을 하기에 앞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만찬을 그대와 즐깁니다.
우리들 사랑이 당신 가슴과 제 마음을
무럭무럭 맑고 착하게 키웠으면 합니다.

봄이 오는 풍경 / 이승익 시인
바람이 봄을 몰고 오나 보다
야위어진 봄바람 돌담에게
살짝 달려가 그대로 돌담이 된다
길가 잡초들 꽃망울이 초롱하다
배추 동이 올라 노오란 웃음 터뜨린다
살포시 웃는 배추꽃 부끄러운 듯 수줍어한다
이슬 머금은 유채나물들 저마다
물이 올라 노오란 빛 치겨울 날
기다림으로 살랑거린다
차가운 하뉘바람 맞아 겨우내
잿빛으로 웅성거리든 바다 빛은
봄바람 달겨들어 옥빛으로 변해간다.
봄이 바람을 몰고 오나 보다
봄에게 / 나태주 시인
오려거든
곱게 올 일이지,
눈썹 그리고
곤지 찍고
가마 타고 올 일이지,
벗은 몸 찬비로 얼리고
그것도 모자라
흙바람 먼지꽃으로
해를 가리고
산을 뭉개고
강을 흐리며 오는
봄이여,
진문둥이 눈썹으로 오는
봄이여,
오려거든 예쁘게
꽃 족두리 받들어 쓰고
춤추며 올 일이지,
노래 부르며 올 일이지,
답답한 가슴
헛기침하며
벙어리 마른 입술로 오는
봄이여,
우리 나라의
봄이여.
봄날 풍경 / 이문자 시인
아내가
봄나물을 캔다
쑥, 냉이, 씀바귀
아이들은
논과 밭으로
깔깔대며 뛰어다닌다
봄신이 올랐나
해방 같은 봄날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봄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생각에
침이 넘어간다

봄 향기 / 한광구 시인
오시고 계십니다.
시간을 지우고
공간을 뛰어넘어
바람처럼
햇살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쏟아지는 햇살에
후끈하게 전해집니다
산에 앉은 바위 하나
조용히 엎드렸습니다
오시고 계십니다
따스한 입김을 불어주십니다.
연두 빛 산하(山河)가
눈을 뜨고 있는 중입니다.
이 땅엔
눈과 비가 섞여 오는 길을
사람들이 갑니다
봄의 저자거리 / 은파 오애숙 시인
봄은 봄인데
새봄의 환희 맛보지 못하고 있어
하현달의 서글픔이런가
사윈 들녘에선
너도 나도 달빛 가슴에 담아
윤슬에 피어올라 앞 다퉈 옹알거리며
날이 가고 달 차 올라 삭망 회도는 하현달이
상현달 되어 싱그럼에 웃음 짓는 들판
들판은 봄동산인데
하현달의 서글픔 고량에 파고들어
심연엔 새봄의 환희 맛보지 못하고 있을 때
화상으로 보는 소식통에 화들짝 놀라 동면에서
눈 비비고 깨어 맘의 창문 활짝 연다
왕벚꽃의 향그럼
한 통의 화상에 피어나는 향기롬인가
여기저기 피어나는 벚꽃의 화사한 꽃망울 속에
새봄 활짝 열며 날 보러 오라 손짓하는 메시지
이역만리까지 휘날려 깨우고 있다
봄의 거리 용광로구나
사윈달 뜨겁게 달궈낸 상현달의 눈부심에
생명침의 환희 앞 다퉈 피어난다
봄산 / 정경진 시인
산이 봄풍선을 불어 모은다
언젠가는 터져 폭죽 될
어슴푸레한 기억
오기로 버티다
산새 부리에 찔려
나뭇가지 끝에
질퍽하니 누웠다
해마다 게워내는 꺼지지 않는 불씨
그때마다 새로운 양
어깨 추스려
어색한 애교 떤다

그 봄 / 이남일 시인
산 너머 또 봄은 오는가.
고개 길 그 붉던 꽃
그 향기 그대로 피어나던가.
추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등 뒤에 숨는 것
그리운 사람에게 묻는다.
그때 그 사랑
지금도 곁에서 웃고 있는가.
간 봄 / 천상병 시인
한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봄의 산 나무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쯤의 뱀 새끼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좀 잠자야겠다

봄은 희망을 / 임영준 시인
바람을 타고 살며시
뒷동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간절한 가슴을 열고
희망 한 톨 심었습니다
해묵은 인내를 털어버리고
초록 주단을 활짝 펼쳤습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시인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진달래꽃 / 시인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꽃 / 김춘수 시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시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댓글